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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국 안동] 고즈넉한 가을여행 2일차(17년도)

by 디리 2017.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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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가을여행_10 23일, 2일차


정말 편안하게 잘 잤다. 2층 '호랑이방'이란 곳에서 잤는데 벽면 전체를 대나무로 꾸며놓으셨고 아마도? 침대 프레임은 사장님, 사모님이 직접 만드신거 같았다. 방안 분위기도 아늑하고 따듯하니 맘 편하게 잘잤다. 그리고 우리가 일어나 가장 생소했던 건 방안, 집안, 동네가 조용했다. 방에 창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조용했다. 이게 서늘한 무서운 조용함이 아니라 기분이 맑아지는, 자연속의 조용함이였다. 큰 길가에 있는 도시의 집과는 달리 새소리 또는 옆집 개소리, 주민들의 발자국 소리만 들리는 조용함이였다. 이 고요가 좋았다.


늦으막히 일어난 우리는 씻고 주방에서 아점을 준비했다. 전날 밤 사장님께서 사다주신 식빵과 계란으로 아침을 준비할 것이다. 토스트기로 식빵을 굽고 (내가 빠삭하게 굽는 걸 좋아해서 조금아주조금 태워버렸다...) 계란후라이를 하고 딸기쨈과 사과쨈을 바르고! 사과를 깍고! 시리얼과 우유를 준비하고. 금새! 한상차림이 되었다. 우린 간편하고 맛있다며 앞으로 아침은 이렇게 챙겨먹어야겠다며 꼭꼭 씹어먹었다. 준비가 빨랐던 만큼, 정리도 빨랐다. 마당의 테이블에서 따뜻한 차한잔마시며 애기하고 책읽고싶어 우리는 따듯한 차를 준비해서 나갔다. (난 유통기한이 지났길래 안먹었다.) 고양이들이 어슬렁어슬렁 우리 주변에 있는 거 같기도하면서도 멀리 있는거 같고. 우리를 의식하는 것 같으면서도 신경치 않고. 뭔가 고양이들은 귀엽다. 까만 고양이와 노란줄무늬? 고양이가 둘이 핥아주고 딩굴딩굴 놀길래 둘이 커플인가 싶었는데. 주인아주머니 애기를 들어보니 이 둘은 둘다 숯컷수컷이고, 노란줄무늬 고양이가 처음왔을 때 기존에 있던 까만 고양이가 살펴줬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 둘은 '아빠와 아들'? '형제'? 정도의 관계인 듯 싶었다. 저 둘이 서로 아끼고 핥아주고 챙겨주는 애뜻한 모습을 보니. 혼자가 아닌 나의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 건가 싶었다. 고양이 밥도 주고 앉아서 나비도 구경하고 이런 저런 애기를 나누니. ' 아 이렇게 살아도 참 좋겠구나'싶었다. 


우리는 아점먹고 하회마을을 갔다올까했는데 하회마을은 내일가고 안동소주박물관을 구경하안동찜닭거리에 가서 찜닭을 포장해 오기로 했다. 안동소주박물관으로 추울발!!! 가는 길에 맘모스제과에 또 들려 크림치즈빵을 하나 또 먹고... 

안동소주박물관에가니 박물관 뿐만이 아니라 직접 제조하여 포장하여 납품하는 안동소주공장이였다. 안동소주를 만드는 곳이 여러 군데가 있는데 이 업체는 문화재로 등록되어 45도 미만의 알콜로는 제조할 수 없다고 한다. 박물관에는 전통 안동소주의 제작과정과 안동소주에 어울리는 한상차림, 한국의 전통음식 등 술도 술이지만 음식에 대한 설명 및 모형이 잘 되어있었다. 인상깊었던 점은 안동의 음식은 짜고 맵다고 한다. 이 것은 내륙지역인지라 해산물 등을 오래 먹을 수 있게 소금에 저려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헛제사밥'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은 실제로 제사때가 아닌데 제사음식이 먹고싶을 때 제사상차림에 올라가는 음식들을 만들어 먹는거라고 한다. 예를 들면, 나물, 생선구이 등등. 안동의 헛제사밥을 파는 식당이 월영교 앞에 있다고 한다. 박물관을 다 둘러보고 안동소주 가장 작은 사이즈를 기념으로 사왔다. 45도이기에.. 한 병 다 마시면 고주망태되겠지만. 잔까지 주셔서 (아니 달라고 해서_) 기념으로 잘 사왔다. 


슬 저녁먹을 시간이 된 우리는 안동찜닭거리로 고고고! 안동지역분들의 애기를 들어보나, 블로그를 봐보나 안동찜닭거리의 찜닭은 맛이 비슷하다고 한다. 워낙 많은 집들이 있기에 우리는 잘 둘러보며 기다리지 않되, 자리에 사람은 많아 재료 회전률은 빠른 곳으로 가자며 둘러보니 '신세계찜닭'이란 가게로 가게되었다. 내가 워낙 당면을 좋아하여 우리는 2~3인용 보통맛 찜닭을 주문하며 '당면 많이!'요~ 라며 주문했다. 가마솥뚜껑?에 바로 볶아 찜닭을 먹기좋게 포장해주셨다. 집에와서 보니 진심 당면이 많았다... 찜닭도 맛나고, 푸짐한 당면도 좋고. 안동찜닭은 그간 내가 먹은 찜닭보다 더 매웠다. 보통 맛인데 왜 이렇게 맵지 싶었는데 빨간 청양고추가 한가득 함께 볶아져 있었고. 이 매운 맛이 못 먹겠는 매운 맛이 아니라 기분 좋은 매운 맛이였다. 우린 맥주와 안동찜닭을 맛있게 먹고. 둘이 배불리 먹고도 많이 남아 유리병에 담아 꽁꽁 얼려놨다. 서울가져서 먹으면 든든한 한끼가 될 듯싶었다. 


저녁을 맛있게 먹은 우리는 1층 거실에 있는 티비로 영화를 볼 겸 찾아봤다. 무료 영화를 검색하니 '꾸뻬씨의 행복여행'이 있었다. 몇 일 전 우리 집에 있던 이 책을 함께 읽었고,읽으면서 영화로 나왔으면 싶었는데 영화가 있었다! 그것도 무료 2014년도에 만들어진!! 우리는 많은 무료 영화 선택지 중 고민없이 바로 이 영화를 선택했다. 워낙 책을 잼있게 봤고 재미도 재미지만 그 안에 있는 의미가 마음에 와닫아 영화도 기대가 컸다. 내가 책을 보며 상상한 이미지가 밀접하게 영화로 표현되어 있었고, 오랜만에 보는 쿠뻬의 행복여행은 내가 잊고 있었던 '행복'의 부분들을 알려주었다. 그 중 기억나는 게 있다면_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는건 행복이다', '과거에 얽매여 현재의 행복을 망치지마라' 등등. 

기분 좋게 영화를 보고, 오늘도 포근한 방에서 푹 잘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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