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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국 전주] 1박2일 겨울여행

by 디리 2021.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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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1박 2일 여행

2021년 1월


2015년에 만난 우리는 그간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함께 여행한 사진을 보며 그때를 공유하는 것도 우리 둘의 낙이 되었다.

급 전주를 1박 2일로 다녀왔다. 오랜만의 여행이다. 

전주는 연애 때 함께 간 적이 있다. 그때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했고 가맥집에 가서 황태구이와 맥주도 잔뜩 마시고 사람 많은 북적북적한 식당에 가서 비빔밥도 먹곤 했었다. 이번 여행은 그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식당에 사람이 많을까봐 식사시간도 피해 가고, 최대한 포장해서 호텔에서 먹고, 객실에서 책을 읽으며 요즘 흔히 얘기하는 '비대면'을 지향하며 여행했다. 이렇게 하면 여행이 좀 아쉽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둘'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전주까지는 넉넉히 세시간 정도 걸렸다. 서울은 눈이 안 왔는데 대전쯤 가니 산에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다. 운전할 때 눈이 오면 걱정스러웠을 텐데 눈이 오진 않지만 눈 구경을 하며 겨울여행임을 만끽했다.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해서 배고플 거 같아 사과와 딸기를 챙겨갔다. 과일을 먹으며, 노래도 부르고, 신나게 전주로 향했다.

전주에 도착해 가장 먼저 간 곳은 비빔밥집이었다. 

급 전주여행을 계획하며 첫번째로 했던 건 '허영만의 백반기행 전주 편'을 본 거였다. 여기에 여러 식당과 막걸릿집이 나오는데 우리는 그중 하나인 뚝배기 밥과 반찬이 한가득 나오는 비빔밥집을 첫날 점심으로 택했다. 

일부러 점심시간을 살짝 피해 낮 2시정도 도착하게 갔다. 첫인상은 직원분들이 매우 친절하다는 거었다. 배고팠기에 우린 얼른 자리에 앉아 비빔밥과 육회비빔밥을 각 한 개씩 주문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온 이 따뜻한 차가 담긴 주전자에 몸과 마음이 따뜻해졌다. 

따뜻한 차를 한 잔씩 마시고 있다보니 밑반찬부터 한상차림이 준비되었다. 보통 비빔밥집이면 비빔밥이 밥이자, 반찬이기에 밑반찬이 소소하게 나오는데 이 곳은 백반집이라 할 만큼 밑반찬이 가득 나왔다. 하나하나 정성 깊은 맛에 맨 밥만 있어도 충분할 거 같았다. 

따뜻하고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오랜만에 와 낯선 여행지인 전주가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주변을 더욱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점심을 먹고 한옥마을 안에 위치한 우리의 숙소인 호텔로 이동했다. 늦은 점심을 먹어 벌써 체크인 시간인 오후 3시다.  

호텔은 깔끔했고 1층에 북카페가 있다. 조금 뒤에 책을 하나씩 골라 객실에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낼 생각에 신이 났다. 특히 객실에서 한옥마을이 보이는지라 호텔 안에서의 시간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했다. 체크인을 하고 객실에서 잠시 쉬다가 바로 1층 서점에 가려했으나 여기까지 왔는데 한옥마을은 한 바퀴 둘러보고 가야 할 거 같아 한옥마을 산책을 갔다.

한옥마을은 변한 듯, 변하지 않았다. 한옥들은 여전했고, 먹기라와 파는 건 한껏 상업적인 모습을 띄우고 있었다. 여전한 한옥의 모습에 다행스러우면서도 상업화된 모습에 아쉽기도 했다. 사람이 많이 없을줄 알았는데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나들이객들이 보였다. 우리는 따듯하게 입고 한 바퀴 돌며 이 곳 저곳 구경했다.

한옥마을 골목에 있던 '오늘 숙박 됩니다'라는 문구는 미소가 절로 나왔다. 요즘같이 온라인으로 당일, 몇 개월 전 예약이 당연한 시기에 낯선 푯말이다. 추운 날, 내 몸을 뉘일 곳을 찾아 한옥마을 골목골목 걸어 다니다 이 문구를 보는 반가움은 얼마나 클까? 뭔가 이제 느끼지 못하는 낭만인 거 같다. 어플로 당일 객실 만실인 지역을 계속 새로고침 하다가 객실 하나가 딱 뜨는! 그 느낌과 비슷할까? 

호텔 1층 북카페에 들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골라본다. 여행 중 나와 여행을 함께 할 책을 고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행은 그 곳을 둘러보느라 시간이 부족했고, 책을 챙겨 와도 읽은 적은 거의 없다. (보통 펴보지도 못하고 다시 가져가 집에 도착하여 이번 여행에 챙겨간 책은 짐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책이 나와 이번 여행을 함께 할까. 

책을 둘러보니 시간이 훌쩍 갔다. 우리는 책을 한 권씩 골라 객실로 올라왔다. 호텔 1층 북카페에서 음료도 팔고 있어 한잔씩 사왔다. (다음엔 책만 사려한다...) 

해지는 한옥마을을 보며 마주 앉아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시간. 평소 집에서도 쇼파에 앉아 함께 책을 보지만 이렇게 낯선 여행지에서 책을 골라 읽는 건 또 다른 느낌이다. '낯선 곳의 생소함을 함께 느끼는 재미'가 이런 건가 보다. 오늘도 함께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들이다.

여행지에서 책읽기. 

참 좋다. 집에 있는 이 책을 볼 때마다 전주여행의 기억과 느낌이 떠오를 거 같다.

책을 읽다 낮잠도 자고, 저녁이 되었는데 늦은 점심때문일까. 아님 든든하게 먹어서일까.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렇다고 저녁을 안 먹을 순 없으니 이번에도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서 본 식당을 가봤다. 저녁 8시 정도 되는 시간이었는데 북적이는 서울과 달리 전주의 거리는 고요했다. 마치 서울의 새벽 느낌이었다. 서울은 늦은 새벽을 제외하고는 항상 밝다. 전주의 거리를 보니 내가 너무 밝은 것에 익숙해져있구나 싶었다. 

전주의 거리는 고요했으나 우리가 찾아간 가게는 한자리 빼고는 빽빽하게 사람이 가득했다. 그 빈자리에 앉아 먹고갈까하다가 사람이 너무 많고 더 편하게 먹고 싶어 포장해서 다시 호텔로 갔다. 1인분만 먹을까, 2인분을 주문할까 고민했는데. 여행지에서 아쉽게 먹는 거보단 남기는 게 나을 거 같아 2인분 포장했다. 너무 현명한 선택이었다.

포장해온 돼지불고기와 미니김밥, 레드와인까지 한상 차려 저녁을 먹었다. 우리 둘의 여행의 주 일정과 목적, 여행 자체가 '맛있는 거 먹기'인데 그에 딱 맞는 저녁이었다. 레드와인도 맛이 진해 한식과 잘 어울렸다. 2인분 사 오길 잘했다며 여러 번 얘기하며 먹었다. 1인분이면 다시 사러 갈 뻔했다.

저녁을 먹고 후식으로 와인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반신욕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여행의 밤을 그냥 끝내기엔 아쉬워 어두워져 잘 보이지 않는 한옥을 보며 남은 와인을 함께 마셨다. 

서울 도심의 야경보다 훨씬 잔잔한 전주 한옥 야경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유리 와인잔이 아니라 플라스틱 잔 이어도, 멋진 안주가 없어도 여행 와서 함께 도란도란 얘기하며 즐기고 있다는 거 자체가 충분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소복하게 눈이 와있었다. 한참을 한옥 지붕에 얇게 쌓인 눈을 보고 있었다. 

이번 여행은 그 어느 여행 때보다 이동이 적었고, 방문한 곳이 없었고, 사람을 안 마주친 여행이었다. 그래서 '우리 둘'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의 독서의 즐거움도 알게 되었다. 코로나로 우리의 생활이 급변했다. 아쉬운 것이 많은 시기다. 이 상황을 아쉬움으로만 가져가지 말고 지금의 상황을 최대한 활용에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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