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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부모님의 사랑. 무말랭이.

by 디리 2021.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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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 언니네 집에 부모님이 다녀가셨다. 언니네는 우리집에서 45분 정도 걸린다. 나름 가까워서 언니네를 자주가고  이 날도 부모님이 오셨다기에 우리도 언니네로 갔다. 

부모님은 언니네와 우리집에 줄 거를 바리바리 싸가지고 오셨다. 

아빠가 직접 키우신 열무로 만든 열무김치, 부추, 무말랭이, 마늘종 등등. 평소 내가 만들어 먹기 힘든 밑반찬과 아빠가 직접 키운 귀한 야채를 가득 주셨다. 언제나 그래왔지만 이번에도 감사히 받아왔다. 

오늘 퇴근하고 저녁밥을 준비하며 무말랭이를 밑반찬으로 먹으려고 뚜껑을 여는 순간, 무말랭이 위에 가지런히 뿌려져 있는 깨를 보고 울컥했다. 아빠가 키우신 무를 엄마가 가지런히 잘라 말리고 그걸 조물조물 양념해서 통에 꾹꾹 담아 그 위에 검은 깨까지 뿌리신 엄마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니 감사함에 마음이 찡했다. 

그리고 문득 먼훗날 이렇게 귀한 엄마아빠의 반찬을 못 먹는 날이 온다는 생각에 그 날이 너무 억울해졌다. 나이를 30살이나 먹었으면서 엄마아빠 없이 내가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그 질문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목이 매여와서. 난 울보다.) 

아빠는 어떤 마음으로 무를 키우시고,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무말랭이를 만드셨을까.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그 마음에 오늘 하루도 충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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